
마츠사카역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서

이세오키츠행 보통열차를 탈 건데요.

어지간한 관광객이라면 탈 일이 없는 흔하디 흔한 로컬선 기차지만

기관실에 매달려있는 저 물건때문에
이 기차가 다니는 메이쇼선이라는 노선은 철도 오타쿠 사이에서만 인지도가 높은 편입니다.

노선 연선에 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도 아니라서

기차 안이 텅텅 비어가니

메이쇼선을 떠맡은 JR 토카이에서는 별다른 시설 투자를 안 했거든요.

상행 열차와 하행 열차가 만나는 이에키역에 도착하면

기관사가 옆에 걸고 있던 저 물건을 들고

역무원에게 전달합니다.

단선 노선에서 상행 열차와 하행 열차가 같은 선로 구간을 달려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로 운행을 통제하는 여러 가지 신호와 보안장비를 쓰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통표를 사용하는 통표폐색이라는 방법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기관사가 들고 있는 것이 바로 통표인데
저 통표를 가지고 있어야만 특정 구간을 달릴 수 있고
구간 끝에서는 기관사가 통표를 역무원에게 넘기고
역무원이 반대 방향으로 가는 기관사에게 통표를 넘기는 식으로 운용하게 됩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이기에 오래전부터 쓰였지만
통표 분실 위험도 있고 무조건 역에 사람을 파견해야 하기에
인건비를 줄이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요즘에는 어지간하면 통표를 안 쓰거든요.
그런데 일본에서 가장 부유한 철도 회사인 JR 토카이에
전 구간 통표를 끄는 메이쇼선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열차를 타는 내내 승객이 거의 없어서
이쯤 되면 차라리 폐선을 하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한데
토카이도 신칸센으로 버는 수익이 워낙 커서 이런 노선에서 나는 적자는 신경도 안 쓰는 듯하네요.
하루에 운행 횟수도 8왕복이나 될 정도로 생각보다 자주 있는 편이고.
역시 대감집네 노비가 신세가 낫나 봅니다.

마츠사카역을 출발해서 1시간 20분쯤 지나 종점 이세오키츠역에 도착하려는 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홋카이도에서 비행기까지 타면서 그렇게 안 만나려고 기를 썼던 사슴을 여기서 만났네요.
불행 중 다행으로 시코쿠 때와는 다르게 충돌은 피했으니 망정이지...

아무튼 종점 이세오키츠역에 도착했습니다.

낮에 다녀온 사람 말로는 의외로 바로 옆에 관광안내소가 있어서 볼거리가 있다고 하는데
이 시간에 관광안내소가 문을 열 리가 없으니 굳이 역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메이쇼선(名松線) 이름에서 메이는 나바리(名張)이고 쇼는 마츠사카(松阪)인데
정작 메이쇼선에 나바리역은 없습니다.

JR의 전신 중 하나인 일본 철도성이 산맥을 피해 빙 돌아가 선로를 짓는 사이
산구급행철도라는 사철이 산을 관통하는 철도를 개통하면서
이제 와서 나바리로 가는 철길을 지어봐야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철도성이 이세오키츠 서쪽 구간 건설을 포기해
이름과는 다르게 나바리에 가지 못하게 된 것이죠.
나바리까지 잇는 노선을 지었다고 하더라도 이용객수 부족으로 나중에 폐선됐을 것 같지만.

빗방울이 점점 굵어져서 빠르게 기차 안으로 돌아가

마츠사카역으로 돌아간 뒤

이세시역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

이세시역에 도착했습니다.

일본 신토의 최정점에 있는 이세 신궁이 있는 곳이니

저도 이세 신궁을 보러 숙소를 여기로 잡았는데

날씨가 이래서야 여행이...

아무튼 이날의 숙소 산코인 이세시에키마에점에 들어가 짐을 풀고

도미인 못지않게 쾌적했던 대욕장에서 몸을 지지고

아이스 바도 덤으로 챙기고

우산을 사러 나가는 김에

다음날 이동 동선을 미리 파악할 겸

이세 신궁 외궁까지 이어지는 외궁 참도를 걸어

외궁 입구까지 가본 뒤

바로 숙소로 돌아가

새벽 5시 기상을 위해 일찍 잠을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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