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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여행

국립중앙박물관에 모신 두개의 불상 (2022.02.05)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전시실 이름은 유물이 만들어진 시기나 지역을 참고해 지었는데 이날 방문한 사유의 방은 다른 전시실과는 동떨어진 이름이 붙었습니다. 사유의 방에 있는 유물은 국보 제78호와 제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2점으로 삼국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불교 문화재입니다. 너무나도 귀하게 다뤄서 특별전이 아닌 이상 두 불상을 나란히 전시하지 않고 한 불상이 전시실로 이동하면 다른 한 불상은 수장고에서 보관하거나 연구실로 이동하곤 했는데 2021년 11월 12일부로 전용 전시 공간인 '사유의 방'을 만들어 이제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두 불상을 나란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불상을 예전에 함께 본 적이 있지만 그게 무려 7년 전 일이니 오랜만에 두 불상을 보러 갑니다. 반가사유상에서 영감을 받..
강남에서 먹는 5천 원어치 라면 정식 (2021.08.04) 강남역 5번 출구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빌딩 지하에 꽃보다라면이라는 식당이 있습니다. 점심에는 라면을 비롯한 식사류를 파는 식당으로, 저녁에는 안주거리를 파는 술집으로 장사하는 곳인데 지금은 점심시간이니 오른쪽 메뉴판을 봐야겠죠. 5,000원짜리 라면에 생닭 육수를 쓴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우면서도 일단 라면정식을 주문했는데 정식이라는 이름에 걸맞을 양의 음식들이 나왔습니다. 양은냄비에 끓인 라면은 물론 네모난 도시락에 나온 이른바 '추억의' 도시락에 더 달라고 하면 주는 잡채를 비롯한 반찬까지 5,000원짜리 상차림치고는 상당히 푸짐합니다. 생닭 육수를 넣었다는 라면은 스프 때문인지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본 이상은 하고 분홍 소시지와 김치볶음, 멸치볶음, 계란 프라이를 넣은 도시락..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2021.07.24) 예전에 신분당선을 따라 짧은 여행을 할 때 양재시민의숲역 근처에 있는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을 견학하려 했으나 기념관이 휴관 중이라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제는 개관했겠지 하고 21년 7월의 주말에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윤봉길 의사를 기리는 기념관은 이곳 말고도 고향인 충남 예산 충의사에 있는데요. 예산에 있는 기념관은 예산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반면 서울에 있는 이 기념관은 민간에서 운영해서 경영난을 겪기도 하고 냉난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다 LG그룹이 지원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곳입니다. 그래도 2021년에도 입장료 없이 무료로 관람객을 맞이하는 걸 보니 고비는 넘겼나 봅니다. 기념관 전시실로 들어가면 우선 일제의 식민지 교육을 거부하고 민족 교육에 앞장선 교육자로서의..
몇 안 남은 5,000원짜리 순댓국 (2022.02.06) 먼 훗날 대림삼거리역이 들어설 자리 근처에 있는 오래된 국밥집에 왔습니다. 60년이 넘도록 장사를 하고 있어 시청으로부터 서울미래유산 지정을 받은 삼거리먼지막순대국이라는 곳인데요.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역사를 보여주는 듯한 옛 사진이 있고 지금까지의 가격 변천사를 보여주는 표도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보통 순댓국이 5,000원밖에 안 한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죠. 더 이상 국밥이 가성비를 따질 수 없는 가격이 된 요즘 심지어 서울 한복판에서 파는 순댓국 가격이 5,000원이라는 사실에 반신반의하며 보통을 주문했습니다. 보통으로 주문하면 뚝배기 안에 밥이 미리 들어간 채로 국밥이 나옵니다.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건더기를 확인해보니 가격이 싸다고 해서 살코기를 적게 넣거나 하지 않고 상당히 ..
저녁 겸 야식거리로 산 푸짐한 닭강정 (2022.02.25) 퇴근길에 볼일이 있어 부천에 왔다 허탕 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소사역 근처에 들렀다 가기로 했습니다. 소사역 4번 출구에서 역곡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아파트 공사장 옆 오피스텔에 금땡이 닭강정이라는 곳이 나오는데요. 여기서 저녁 겸 야식거리로 닭강정을 사가기로 했습니다. 메뉴 자체는 여느 호프집과 크게 다를게 없지만 후라이드로 할지 양념으로 할지는 늘 고민되죠. 그래서 후라이드와 순한맛 양념을 섞어 반반으로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메뉴판 가격보다 1,000원이 오른 8,000원. 이미 식당 안에 자리를 잡고 저녁 겸 반주를 즐기는 분들이 많아 주문을 하고 꽤나 오래 기다려서 주문한 닭강정을 받았습니다. 8천 원어치 닭강정치고는 뭔가 많아 보이는데 일단 집에서 풀어보도록 하죠. 집에 도착해서 봉지를 ..
뿌연 유리때문에 실망했던 시화나래휴게소 달전망대 (2021.07.24) 해가 서쪽으로 넘어갈 즈음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막히지 않는 시화방조제길을 달려 저 멀리 전망대가 보이는 시화나래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방조제 겸 조력발전 시설이 있는 11.2km짜리 직선 도로라서 그런지 수도권 국도에서는 보기 드문 그럴듯한 휴게소를 마련해놨습니다. 휴게소에는 바다가 바로 보이는 공원도 있고 커다란 전망대도 있는데요. 달전망대라는 이름이 붙은 저 전망대 위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따로 예약 없이 줄을 서서 순서대로 엘리베이터를 기다려 전망대 위로 올라갔는데... 음... 제가 생각했던 경치는 이게 아닌데요... 대부도 주변 바다가 해변 백사장이 펼쳐진 그런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송도에 LNG 저장소처럼 공장이 쭉 펼쳐진 모습도 그런대로 괜찮은 경관일 테니 그런 공장과 아파트가 만들어낸 스카..
다양한 방법으로 맛본 미락소바 모듬카츠 정식 (2022.02.18) 서울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나니 오랜 공복으로 배가 많이 고파 푸짐하게 먹으러 영등포구청역 근처에 있는 돈가스집에 왔습니다. 식당 이름은 미락소바. 상당히 비좁은 가게지만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에도 손님들로 북적북적한데요. 일일 수량이 제한돼있다는 상 로스카츠 정식은 진작에 품절이라 대신 모듬카츠 정식으로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하고 나니 메뉴판 옆에 이것저것 붙은 종이들이 눈에 띄어 차근차근 읽어보는데요. 트러플 오일과 함께 찍어 먹으라는 소금이 3가지나 있고 트러플 오일 외에도 돈가스에 찍어먹을 소스가 다양합니다. 주문을 하고 조금 오래 기다려서 정식 한 상을 받았습니다. 등심으로 만든 로스카츠는 네모낳게, 안심으로 만든 히레카츠는 둥글둥글하게 모양을 잡아 모듬으로 시켜도 둘이 확연하게 구분이 되네요..
반룡산에서 먹은 이북식 가릿국밥 (2022.01.16)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고갱 전시를 보고 나서 근처에 있는 반룡산이라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반룡산은 함경남도 황해군에 있는 산 이름인데 이름값하듯이 여기는 함흥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입니다. 메뉴판 맨 위에는 회냉면이 적혀 있지만 이번에는 가릿국밥을 먹어보도록 하죠. 보통 국밥을 주문하면 뚝배기에 팔팔 끓인 채로 담아서 오기 마련인데 여기서 파는 가릿국밥은 평양 온반처럼 널찍한 국그릇에 적당히 따뜻한 상태로 나왔습니다. 국밥에 들어가는 재료도 특이한데 잘게 썬 계란 지단과 널찍하게 썬 두부, 그리고 선지가 들어가고 진하게 우려낸 사골 육수 대신 쇠고기를 고아 만든 맑은 국물을 사용합니다. 한동안 진한 국물로 만든 국밥에 익숙해져 있다 전골처럼 맑은 국밥을 먹으니 가정식 쇠고기뭇국을 먹는 듯한..
1월의 이런저런 전시 단상 (2022.01.29) 날씨가 추운 1월에는 멀리 돌아다니지 않다 보니 야외 활동보다는 실내 전시를 많이 찾아보고 다녀왔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길게 쓰지 않는 편이고 어쩌다 보니 전시 내 작품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전시를 많이 다녀와서 1월에 관람한 전시들을 모아서 간단하게 느낀 점이나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북서울미술관 -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영국 테이트미술관(아마도 테이트 모던에서 많이 가져왔겠죠.)에서 소장한 다양한 작품들을 '빛'이라는 주제로 묶어 다룬 전시입니다. 근세 낭만주의에서 근대 인상주의로 넘어가는 시기부터 빛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다루기 시작했는데 빛의 속성에 대해 연구하거나 빛에 따른 색깔의 표현 방법을 고뇌하는 화가들의 노력을 작품을 보면서 배우거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한..
우연히 웨스 앤더슨 (2021.12.20) 성수동 그라운드 시소에서 열린 사진전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회 이름만 보면 드는 생각과는 다르게 이 전시는 웨스 앤더슨의 인스타그램 팬덤 Accidently Wes Anderson에 소개된 사진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 나올법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죠. 웨스 앤더슨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감독의 팬들이 찍은 사진이라서 그런지 사진에 담긴 구도나 소재를 보면 영화에 나올법한 인상이 강하게 듭니다. 계절은 다르지만 문라이즈 킹덤의 섬이 떠오르는 사진도 보이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의 검문 장면이 생각나는 기차 객실 사진도 보입니다. 국내에서 웨스 앤더슨의 인지도가 높아지게 된 작품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기도 하고 저 역시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을 알게 된지라 벽에 걸린..
'흙커피'를 파는 안양 카페 더 홈 (2021.12.20) 석수역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한 뒤 관악역에서 조금 떨어진 먹자골목에 있는 더 홈이라는 카페에 왔습니다. 특이하게 집 바닥에 있는 바위를 드러낸 실내로 들어가면 아늑한 조명과 가구와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노출 콘크리트와 벽돌이 카페 곳곳에 보이네요. 카페 외관도 외관이지만 여기를 찾아온 이유는 흙커피라는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이 생기는 커피 메뉴 때문인데요. 평일에는 재료를 많이 갖춰놓지 않는지 주문을 했더니 재료가 다 떨어져서 만들 수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마시고 그냥 돌아가기도 아쉬우니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해서 캠핑장처럼 꾸며놓은 카페 뒤뜰로 걸어가 따뜻한 난로 옆에 앉아 잠시 불멍을 때리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 달쯤 뒤 다시 더홈을 찾아 다시 흙커피..
스낵카에서 먹는 간단한 저녁 (2021.12.20) 석수역 바로 옆에 있는 석수스넥카에 왔습니다. 2020년에 짧은 기간 동안 영동스낵카와 강남스낵카를 다녀온 뒤로 거의 1년 만에 스낵카를 방문했네요. 스낵카는 버스를 개조해 음식을 팔던 이동식 식당으로 푸드트럭의 조상쯤 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버스 차량의 노후화, 위생 문제 등의 이유로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죠. 오래전 석수역에 왔을 때에는 스낵카가 버스 원형을 꽤나 유지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스낵카 외관 곳곳이 조금씩 달라진 게 보입니다. 그래도 버스를 개조해 음식 조리나 식사를 할 수 있게 만든 스낵카라는 본연의 기능은 잘 남아있습니다. 스낵카 안으로 들어가서 잠시 메뉴판을 보다 가볍게 저녁을 먹고 갈 심산으로 잔치국수를 한 그릇 주문했습니다. 스낵카 내부는 세월이 묻어나는데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