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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여행

피순대가 들어간 순댓국 (2023.05.07) 수원 호매실에 있는 작은 먹자골목에 있는 순댓국집. 보통 순댓국이 아닌 피순대를 넣은 순댓국을 판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 말고는 찾기 애매한 자리에 있는 이 식당에 들어와 피순대국 특을 주문합니다. 순댓국을 주문하니 기본 반찬이 나오는데 반찬 중에 돼지귀 무침이 있다는 것도 참 비범하네요. 같이 나온 부추 무침을 곁들여 먹다 팔팔 끓는 순댓국 뚝배기가 나와 빈 접시를 옆으로 치웁니다. 피순대는 전북 전주, 충남 논산 등 중부 지역 일부 도시에서 먹는 순대인데 이름대로 창자에 선지를 채워넣어 순대를 만듭니다. 가게마다 선지를 넣는 비율이 다른데 여기는 야채나 찹쌀 등 다른 소를 섞어 어느 정도 타협을 본 것 같네요. 고기 순대나 당면 순대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걸 어떻게 먹냐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맛이 ..
평양냉면처럼 담백한 어복쟁반 (2023.05.06) 전날에 이어 비가 내린 어린이날 연휴의 토요일. 수원 만석공원 옆에 있는 옥반정이라는 식당에 왔습니다. 어복쟁반이라는 흔히 보기 어려운 음식을 팔고 있어서 대체 어떤 맛일지 궁금해 친구를 꼬드겨 같이 왔습니다. 어복쟁반은 평안도에서 먹던 전골 요리인데 소 뱃살을 뜻하는 우복이 변형돼서 어복쟁반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음식을 주문하니 뭔가 많이 담긴 냄비가 나왔는데 소 뱃살 중 윗부분에 있는 양지를 썰어 얹었고 그 아래에는 새송이버섯과 팽이버섯, 목이버섯, 백목이버섯 등 각종 버섯을 듬뿍 깔고 파와 쑥갓, 그리고 은행을 듬성듬성 넣었습니다. 재료가 재료인 만큼 버섯전골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는데 맛이 참 담백합니다. 평양냉면과 견주어도 될 만큼 국물이 담백하네요. 평양냉면을 처음 먹었을 때에도 맛이..
움직이는 알폰스 무하의 그림, 더 골든 에이지 (2023.05.05) 비가 내리다 그친 어린이날. 의도하고 예약한 것은 아닌데 알폰스 무하 미디어 아트전을 5월 5일 전시 시작일에 예약해서 궂은 날씨로 애매하게 보낼뻔한 연휴를 즐겁게 시작합니다. 그라운드 시소 명동점은 처음 와보는데 사방은 물론 바닥까지 활용해서 미디어 아트를 상영하네요. 더 골든 에이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미디어 아트 전시를 편하게 앉아 영화를 보듯이 봅니다. 낭만으로 넘치던 벨 에포크 시대, 파리에는 다양한 포스터들이 거리에 작품처럼 걸렸는데 툴루즈 로트렉, 쥘 알렉상드르 그륑, 쥘 셰레 등의 작가들이 이 시기에 활동했습니다. 알폰스 무하가 파리에서 활동한 시기도 이때인데 연극배우 사라 베르나르와 전속 계약을 맺고 지스몽다, 동백꽃 여인, 로렌자치오, 사마리아 여인, 라 토스카, 메데, 햄릿 총 7작품..
성북동 나들이 - 최순우 옛집, 북토크, 고기국수 (2023.04.22) 집을 나서 서해선 전철을 타는데 시운전을 마친 새 전동차를 탔다는 걸 뒤늦게 알아챘습니다. 시흥에서 킨텍스 쪽으로 가기 정말 불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김포공항이든 인천공항이든 차 없이는 갈 엄두도 못 냈기에 서해선 연장(소사대곡선)을 정말 간절히 바랐는데 이제는 정말 얼마 안 남았네요. 그나저나 이미 노선도에 서해선 연장구간이 반영됐는데 서해선 미개통이라는 빨간 글자는 또 스티커로 땜질할 건지 궁금해집니다. 아무튼 소사역에서 내리고 환승에 환승을 거쳐 한성대입구에 내린 뒤 다시 1111번 버스로 갈아타 성북동에 있는 최순우 옛집으로 갑니다. 성북동에 있는 이 근대 한옥은 최순우 옛집이라는 이름 외에도 혜곡 최순우 기념관이라는 이름이 있고 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시민문화유산 1호라는 명칭도 붙..
사라지는 용산역 육교 (2023.04.09) 용산역과 전자상가를 이어주는 파란 육교. 용산역이 민자역사로 탈바꿈하고 반대편 터미널상가가 서울드래곤시티로 탈바꿈하는 오랜 시간 동안 큰 변화 없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워낙 다리가 오래됐다 보니 2023년 4월 10일부터 통행을 제한하고 다리를 철거합니다. 용산 전자상가에 대한 평판이 그다지 좋지 않듯이 저 역시 이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공간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사라질 것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이번에도 발걸음을 옮겨봤습니다. 임시 우회도로가 그다지 멀리 돌아가는 경로가 아니고 새로 지을 육교는 이미 조립할 채비를 마쳐서 의외로 이용객 불편은 크지 않을 것 같네요. 육교에 관한 사진을 다 찍고 나서 용산역을 떠나려는데 고소한 와플 냄새가 저를 미치게 해서 아이스크림과 함께 크로플을 ..
마늘순대백반으로 시작해서 순대곱새전골로 (2023.03.15) 유난히 들어온 가게가 자주 바뀌던 자리에 얼마 전 수백당이라는 새로운 식당이 들어섰습니다. 순댓국과 순대전골 등을 주력으로 파는 식당인데 이 식당에서 처음 주문한 마늘순대백반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다른 날 지인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 한우대창 순대곱새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인당 22,000원. 이제는 조금 인기가 식은 듯한 개미집의 낙곱새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 같지만 국물 자체는 훨씬 덜 매운 순대 전골이 먼저 나와 바글바글 끓는 동안 신선로에 담겨 나오는 백순대를 먹고 마늘수육도 같이 먹습니다. 잡내가 잔뜩 날 재료로 가득하지만 넉넉하게 넣은 깻잎과 들깨로 잘 잡았고 기름진 재료에 비해 의외로 느끼하지도 않아 입 안으로 계속 잘 들어가네요. 양도 성인 셋이서 먹기에 충분해서 모자라지 않게 잘..
통행료 면제를 기회삼아 방문한 인천대교기념관 (2023.01.24) 갑자기 기온이 영하 15도 아래로 떨어지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온 설 연휴 마지막 날. 멀리는 못 가지만 그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고민하던 중 명절이라 고속도로 통행료가 무료인 걸 떠올려 그동안 가고 싶어도 막상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인천대교 기념관에 왔습니다. 영종도와 육지를 잇는 다른 다리인 영종대교를 소개하는 영종대교 전시실은 오래전 수도권 전철 여행을 하면서 방문했는데 인천대교 기념관은 설령 제2공항철도가 삽을 푼다고 해도 전철과 연계가 안되니 자가용 없이는 오기가 참 힘드네요. 아무튼 기념관 안으로 들어와서 보는 사람 민망하게 하는 자기 자랑과 건설 당시의 어려움, 구간별 건설 공법 특징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고 건설 현장 사진이 실린 액자를 보면서 2층으로 올라갑니다. 기념관 2층에서는 1층..
목업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현대 N Vision 74 (2023.01.07) 스타필드 하남에 오니 이런 게 있길래 여기에 온 목적을 망각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현대 모터스튜디오로 갑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자동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비롯해서 현대자동차의 미래를 보여주는 쇼룸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곳 현대 모터스튜디오 하남의 중심 자리를 차지한 것은 2022년 7월 15일 공개한 콘셉트 카 N Vision 74의 목업입니다. 해외에서는 드로리안 DMC-12을 닮은 모습으로도 화제가 된 N 비전 74는 드로리안의 모태가 된 포니 쿠페의 디자인을 재해석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포니 쿠페 디자인이 처음 공개된 것이 1974년 토리노 모터쇼이고 이름의 74는 여기서 따온 것이죠. 마찬가지로 포니로부터 디자인을 계승했지만 이런저런 제약으로 둥글둥글하게 만들어진 아이오닉5와는..
벽을 열고 들어가 프레젠트 모먼트에서 느끼는 크리스마스 분위기(2022.12.24) 망원동에 있는 한 건물. 뜬금없이 막혀있는 벽돌 벽 앞에서 여러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요. open the wall 마법사가 된 기분을 느끼며 벽을 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쌀쌀한 바람이 부는 밖과는 전혀 다른 따뜻한 공간을 가득 채운 수많은 장식품들이 손님을 맞이합니다. 스스로를 산타의 비밀창고라고 소개하는 이곳은 프레젠트 모먼트라는 인테리어 소품 가게인데요. 크리스마스를 맞아 뭘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 우연히 이런 곳을 알게 돼서 한번 와봤습니다. 날이 날인 만큼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다양한 소품들을 진열해 뒀는데 가장 갖고 싶은 것은 스노우볼이지만 가격 표시가 없는 것을 보니 괜히 두려워져서 우선 다른걸 먼저 둘러보니 프랑스 몽생미셸섬이 그려진 라메르 풀라르 쿠키가 보이네요. 쿠키를 ..
코카콜라 크리에디션 드림월드 (2022.11.12) 홍대입구역에서 나와 와이즈파크로 들어가 분홍색 선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미디어아트로 유명한 아르떼뮤지엄과 협업해 열린 코카콜라 제로 드림월드 팝업스토어가 나옵니다. 코카콜라 크리에디션의 일환으로 출시된 한정판 코카콜라 제로 드림월드를 알리는 팝업스토어인데 크리에디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전시와 함께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열고 있네요. 자판기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벽 전체를 사용하는 작품들이 나옵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괜히 마음이 안정되는 듯한 석양 지는 해변을 지나 몽환적인 밀림을 거쳐 분홍색 구름에서 내리꽂는 번개를 지나면 작품 관람은 끝. '꿈나라 맛'을 콘셉트로 삼았다는 드림월드의 이미지를 살린 세 작품을 전시했다고 하는데 꿈나라 맛이 대체 뭘지 상상이 안 되지만 코카콜라..
문 열자마자 찾아간 뷔페식 중국집 무한자금성 (2022.11.12) 가산디지털단지역과 구로디지털단지역 사이 빌딩숲 지하에 있는 중국집 무한자금성. 오래전 정준하 씨와의 인연으로 화제가 됐던 노량진 중국집 아저씨가 장사한다는 곳으로 열심히 PR을 하고 있지만 메뉴 자체는 다른 중국집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가게 이름대로 중화요리를 뷔페식으로 판다는 가장 큰 특징이 있어서 평일도 아닌 토요일에 영업시간 11시에 맞춰 왔는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중화냉면 같은 쉽게 보기 힘든 음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짜장면, 짬뽕, 볶음밥, 탕수육, 깐풍기, 군만두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데요. 문 열자마자 들어와서 듬뿍 펐으니 갓 만든 음식을 먹는 셈이라 맛은 좋습니다. 이곳이 뷔페만 하는 곳이 아니라 홀 서빙, 배달도 같이 하는데 뷔페용 음식 따로 배달용 음식 따로 조리하지는 ..
오랜만에 온 양주 장흥 (2022.11.05) 직장 동료의 결혼식이 의정부에서 열려 차를 끌고 집에서 멀리 떠난 김에 의정부 주변 관광지에 들렀다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지도를 보다 예전에 갔던 양주 장흥이 생각나 4년 만에 장흥을 다시 찾았습니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이 단풍을 즐길 새도 없이 가지만 남은 나무가 많지만 아직은 가을을 즐길 정도는 되는 것 같네요. 계속 밖에서 돌아다니자니 추워져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 그림을 감상하다 장소를 바꿔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으로 갑니다. 기적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면서 역 관리도 멈춰 사진 오른쪽에 적힌 날짜와 너무나도 어울리는 분위기를 풍기네요. 짧게 나들이하는 김에 얼마 전 설치한 Huji Cam이라는 필름 카메라 느낌 나는 사진 앱을 테스트해보려고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