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여행

L자 모양 서울 나들이, 우크라이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러버덕 (2022.10.01) 모처럼 시내버스 전국 일주가 아닌 평범한 주말 나들이를 하러 서울 시청 옆 서울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오랫동안 서울시청사 역할을 했던 건물이라 역사적인 사진들이 벽마다 걸려 있어 이걸 구경하는 것도 좋겠지만 서울도서관 밖에 걸린 글귀를 따라 간단한 여행을 해보겠습니다. 도서관 4층에는 세계자료실이라고 해서 다양한 나라의 원서들을 읽을 수 있는 열람실이 있는데요. 9월 26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서울도서관에 책을 기증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해서 우크라이나어는커녕 키릴 문자 자체를 못 읽는 사람이지만 호기심에 찾아왔습니다. 대사관에서 기증한 책은 우크라이나의 역사, 문화, 관광, 아동문학과 관련된 책이라고 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그림이라면 글을 몰라도 볼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우크라이나의 현대 미술을 ..
전곡항에서 짧게 탄 요트(2022.09.18) 진입로가 차단된 화성 전곡항. 오랜만에 전곡항에서 화성 뱃놀이 축제라는 지역 행사가 열린다길래 지난 4월 케이블카를 타러 온 뒤로 오랜만에 전곡항에 왔습니다. 축제답게 이런저런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중 대다수는 전곡항을 출발해서 제부도 앞바다까지 항해하는 승선 체험입니다. 2021년에 전곡항에 와서 여기서 요트를 탈지 말지 고민을 했었는데 방문한 시간도 애매하고 혼자 타자니 요금도 부담돼서 포기했었거든요. 그 뒤로 한동안 전곡항에 있는 요트 선착장을 잊고 있었는데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이 생각이 나 전곡항에서 요트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작은 요트부터 유람선까지 다양한 종류의 배를 시간대별로 출항시키는데 사전에 표를 예매했지만 아직 매표소가 문이 열리려면 멀어서 배를 채울만한 음식이 있는지 알아..
휴게소에서 잔뜩 먹은 임실치즈 (2022.09.10) 양수리에서 양평 읍내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양평 만남의 광장 휴게소. 이곳에 오면 유난히 오토바이들이 많이 들렀다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만남의 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휴게소가 핸드폰과 같은 연락 수단이 없던 시절 장거리 여행을 시작할 때 모이는 장소로 사용됐는데 경부고속도로 양재IC 옆에 있는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나 지금은 하남드림휴게소로 이름이 바뀐 중부고속도로 동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와는 달리 이곳 양평 만남의 광장 휴게소는 국도에 있어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 되었고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는 이곳에서 만나 운전 코스를 확인하거나 장거리 운전을 위해 점검을 하는 식으로 이곳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휴게소에서는 보기 힘든 라..
초복에는 누룽지 닭백숙 (2022.07.16) 복날을 맞아 오랜만에 삼계탕을 먹기로 친구와 약속을 잡았는데 수원 망포역 근처에 있는 장수촌이라는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느낀 감정은 당황입니다. 복날에 삼계탕집에 사람 많은 것이야 당연한 것이니 대기열에 당황한 것은 아니고 건물 주차장 운영사와의 갈등 때문에 주차요금 감면이 안된다는 사실 때문이죠. 급하게 대기명단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차를 다른 곳에 댄 뒤 다시 식당으로 돌아오니 전화도 없이 제 순번을 지나쳤다는 사실에 기분이 상했지만 같이 밥 먹기로 한 친구한테 다른 데 가자고 하기도 뭣하고 오늘처럼 손님이 몰리는 날에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놓칠 수도 있는 일이니 참고 주차비만큼 가격을 내렸다는 누룽지 닭백숙 1마리를 주문했습니다. 찹쌀밥과 함께 나온 닭백숙 한 마리를 먼저 받고 닭다리와 함께 밥을..
공룡 한 마리로 전시를 채운 빅토리아 티렉스전 (2022.06.18) 롯데몰 김포공항점 그랜드홀에서 공룡을 만나는 것은 2019년 쥬라기 월드 특별전 이후 3년만인데 쥬라기 월드 특별전 전시 요금 25,000원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이지만 인터파크에서 13,000원에 뜬 기간 한정 예약 상품을 잡아 조금 더 저렴하게 표를 샀습니다. 조금은 살벌한 사진을 지나 이번 전시의 주인공 빅토리아에 대한 짧은 영상을 보고 나면 커다란 티라노사우르스 머리 화석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2013년 미국 사우스다코타에서 발굴을 시작해 2019년에 전체 모습이 드러난 공룡 빅토리아의 화석을 보여주는 이 순회 전시는 실제 화석과 함께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있어서 이전에 보았던 공룡 관련 전시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드디어 공룡에 깃털에 대한 설명과..
간장과 닭육수가 잘 어우러진 라무라 라멘 (2021.09.22) 시골로 내려가지 않고 집에서 보내게 된 추석 연휴. 뭘 하면서 시간을 때워야 하나 하며 이것저것 찾아보다 마침 이전부터 가보고자 했던 라멘집이 연휴에도 문을 열길래 합정동으로 올라와 '라무라'라는 식당에 왔습니다. 메뉴판을 보면 닭고기 고명과 국물을 선택할 수 있는데 닭고기 양은 병아리로 선택해도 배를 채우는 데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모처럼이니 큼지막한 장각이 올라가는 닭으로 골랐습니다. 국물은 이해하기 쉽게 색깔로 구분을 했는데 토리가라(鶏がら)라고 부르는 닭 육수를 쓰는 것은 동일하지만 여기에 간장을 넣느냐 넣지 않느냐에 따라 메뉴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방문한 뒤로 매운 양념을 더한 적색 국물도 추가됐네요. 하얀 닭국물은 한식으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재료니 이번에는 간장이 들어간 흑색 국물로 ..
의외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던 2022 서울국제도서전(2022.06.04) 오랜만에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을 보러 왔는데 단순히 독서에 그치지 않고 이런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던가 싶을 정도로 상당히 긴 매표 대기열에 깜짝 놀랐습니다. 다행히 네이버에서 사전 예약을 한 덕에 매표소 줄에서 빠져나와 담당자의 지시에 따라 예약내역을 보여줘서 바로 입장 팔찌를 받았네요. 팔찌를 손에 묶고 한걸음에 이동한 곳은 한 출판사 부스입니다. 과거 이 땅에 살던 조상들이 바라본 하늘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단순한 땅이 아닌 영적인 존재와 함께 살던 자연에 대한 이야기 등 상당히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다루는 작은 출판사인데 얼마 전 '찬란한 우리 천체 이야기-하권' 출판을 위해 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받아서 이 펀딩에 저도 참가했습니다. 펀딩이 끝난 뒤 신간을 포함해서 이 출판사에..
터키식 커피와 함께 먹은 카이막 (2022.05.28) 별의별 식당과 카페가 있는 연남동. 이제는 익숙해진 해외 요리를 파는 곳도 여럿 보이는데 어디를 들어갈지 잠시 고민을 해보다 경의선 숲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 샌드커피 논탄토 연남점에 왔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쉽게 볼법한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 이곳은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커피를 팔고 있는데 바로 터키식 커피입니다. 예전에 사직공원 옆에 카사 자밀라라는 곳에서 터키식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는데 이곳이 서울에서 사라진 지 오래라 한동안 터키식 커피를 잊고 살았네요. 그런데 여기서 터키식 커피뿐만 아니라 카이막도 같이 팔고 있다길래 한번 와봤습니다. 카이막과 함께 먹을 토스트를 접시에 담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터키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잠시 구경해보죠. 터키 커피는 제즈베(Cezve)라는 도구에 물과 커피가..
10년만에 만나는 팀 버튼의 작품들 (2022.05.28) 청와대 관람을 마치고 아침을 간단히 먹은 뒤 DDP로 넘어와 팀 버튼 특별전을 봅니다. 10여 년 전인 2012~2013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팀 버튼 전시가 열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전시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한국에서 팀 버튼 전시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상당히 기뻐했네요. 10년 만에 다시 만난 벌룬 보이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데 의외로 매표소에 줄이 너무나도 짧아 조금은 당황스럽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20,000원으로 다른 전시에 비해 제법 비싼 편인데 사실 팀 버튼 전시가 열린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티켓 사전구매를 해서 할인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전 예매 티켓은 모바일로만 발권이 되길래 할인을 포기하고 실물 티켓을 손에 넣었습니다. 사진 촬영을 금..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청와대 (2022.05.28) 오래전부터 청와대 견학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기에 때가 되면 가야지 하면서도 잊고 있어서 번번이 기회를 놓쳤는데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상상조차 못하던 일이 생긴 덕에 보다 자유롭게 청와대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예약을 잡은 날 전철 첫차를 타고 3호선 경복궁역에 도착해 안내문을 따라 도보로 걸어 청와대 영빈문에 도착하니 입장 대기줄만 4줄입니다. 7시 시간대면 사람이 적겠지 하고 신청을 한 건데 주말이라 그런 것인지 평일에도 인기가 많은 건지 아무튼 관람객이 많아 벌써부터 진이 빠지네요. 아무튼 7시가 되어 사전에 받은 바코드를 찍고 청와대 안내도를 받아 어떻게 돌아다닐지 고민해봅니다. 일단 눈앞에 있는 영빈관부터 찍고 가야지 했는데 분명히 청와대 개방 당시 공지에는 내부 공개를 안..
3년만의 모임을 위해 찾은 합정 파티룸 플레이스오 (2022.05.28) 코로나로 인해 카톡으로 연락만 하지 얼굴을 못 본 지 오래된 10년 지기 친구들과의 모임. 이제는 모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들이 모여 합정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한 파티룸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작지만 눈에 띄는 입간판에 적힌 플레이스오라는 파티룸 이름을 보고 CU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면 새하얀 커튼으로 둘러싸인 새하얀 공간이 나오는데 앉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햐안 소파에 눈길이 가다가도 파라솔과 해먹이 있는 탁 트인 테라스로 나와 평소와는 다른 눈높이에서 홍대와 합정 거리를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바라보는 게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파티 준비를 위해 금방 정신을 차려야 했지만. 그렇게 모임 준비를 끝내고 나니 밤이 되었습니다. 헬륨 풍선이나 와인잔 같은 소품은 파..
가보지 못한 뱅크시 디즈멀랜드의 기억 (2021.09.21) 이상하게 갈 때마다 갤러리 이름이 미묘하게 바뀌는 듯한 갤러리아포레 지하 갤러리를 찾아 아트 오브 뱅크시 월드투어 인 서울 전시를 관람합니다. 만화로 표현한 듯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면 나오는 작품들은 그야말로 현대미술의 아이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들이죠. 반전, 반권위, 반자본주의를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미술 시장에서는 천정부지로 작품 가격이 오르는 모습을 보면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철저히 정체를 숨긴 비밀의 작가라는 특이성과 기습적으로 나타나 작품을 만들어내고는 사라지는 작업 과정, 자신의 작품을 경매가 종료되는 그 순간에 파괴시키는 등의 가십거리 등 그야말로 인기가 없을 수 없는 정체성을 모조리 갖추고 있어 주요 활동지인 영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네요. 개인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