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티역 8번 출구 뒤편에는
오래된 버스 한 대가 놓여 있는 영동 스낵카라는 식당이 있었습니다.
스낵카는 버스를 개조해 만든 일종의 푸드트럭인데
영동 스낵카는 이 버스를 몰고 음식을 팔다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넓은 주차장 덕에 택시 기사들이 이곳을 찾아와 기사식당처럼 변했습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보니 2015년에는 서울시에서 이곳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네요.
식당에 왔으니 식사를 해야겠죠.
여느 기사식당처럼 빠르게 나오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메뉴들로 구성돼있는데
돼지불백을 하나 시켜봤습니다.
반찬은 식당 가운데에 알아서 퍼갈 수 있게 해놨는데
인절미를 가져갈 수 있길래 떡에 다른 음식 맛이 배지 않게 돼지고기와 같이 먹을 마늘 정도만 담아왔습니다.
곧이어 돼지불백이 나왔는데
여기서 파는 돼지불백은 뚝배기에 담은 제육볶음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간장 양념에 잰 고기를 구워 먹는 다른 기사식당과는 다른 돼지불백이 나왔습니다.
잘 익은 돼지고기를 한 점 집어서
공깃밥 위에 얹고 쌈장을 찍은 마늘과 함께 입으로.
무난한 가격에 무난한 맛입니다.
수십 년 동안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해온 영동 스낵카는 2020년 4월 1일 문을 닫았습니다.
영동 스낵카가 있던 이 자리는 오랫동안 개발이 제한되던 땅이었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강남 한복판에 있는 금싸라기 땅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겠죠.
개발제한이 풀리면서 이 자리에 건물이 들어서게 됐고
영동 스낵카는 문을 닫게 됐습니다.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도 있었지만 음식 값을 올리느니 폐업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하네요.
역사적 가치가 있어 보이는 저 스낵카는 식당과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는데
오래된 버스를 보존하는 것으로 유명한 분이 쓴 글에 의하면
다행히 폐차를 면하고 판금, 도장 작업을 거쳐 복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상 속 역사적인 공간이 사라지기 전에 방문해 이런저런 사진을 남기고
영동 스낵카를 떠났습니다.
수도권 전철 여행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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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1. 역삼역 - 서울에 남은 마지막 스낵카 강남 스낵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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